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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양이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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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년 03월 17일 / by 작성자catlab / 조회수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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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 보면 검은 고양이 늘보는 처음부터 행복한 고양이였던것 같습니다. 무얼 먹고 어디에 몸을 뉘이든 있는 그대로에서 행복한 마음을 가질 줄 아는 멋진 고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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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집 고양이 : 그래도 괜찮아
7개월 늘보는 빛 한 줌이 들어오지 않는 차디찬 지하 주차장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계단 몇 개를 오르면 다다르는 어느 식당의 고양이로 살고 있었습니다. 윤기 나는 검은 털과 푸른 에메랄드 보석을 박아 놓은 것 같은 황홀한 눈동자를 가진 근사한 고양이였지만 먹는 것이라든지 잠자리는 형편 없었습니다.
밥은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이었습니다. 군것질은 식당 일을 봐주는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술 안주로 먹다가 놓고 간 참치 캔이 유일했습니다. 늘복이는 캔 속의 참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화장실이라든지 잠자리도 따로 없었습니다. 집은 바닥에 깔린 골판지가 전부였습니다. 마침 그 옆으로 물이 쉼 없이 흐르는 배수로가 있어서 골판지는 자주 축축해졌습니다. 골판지가 물에 젖으면 늘보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그 옆에서 달게 잠을 잤습니다.
목에는 목줄까지 채워져 꼼짝 없이 묶여 있어야 했습니다. 고양이답지 않게 말입니다. 그렇지만 늘보는 반경 1m의 자유를 누렸습니다. 옆에 세워진 식자재 수레를 캣타워 삼아 오르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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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 : 여자 두 명
근처에 사는 캣맘이 이런 늘복이를 불쌍하게 여기고 물과 사료를 매일 매일 가져다 주고 푹신한 헝겊 집과 고운 모래가 담긴 화장실도 마련해 줬습니다. 늘보는 캣맘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집 위에 올라가 두 뒷다리로 몸을 지탱하며 맞이했습니다. 그것은 늘보가 캣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처음 보는 여성이 나타났습니다. 늘보는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한 번도 맡아 보지 않았던 낯선 냄새가 나는 이동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번도 타보지 않았던 차를 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병원에서 꼬리염증수술과 중성화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끝난 늘보를 그녀는 지하 주차장이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데리고 갔습니다. 식당 사람들과 달리 그녀는 언제나 늘보 곁에 있었습니다. 부산하게 집안 일을 마치면 말을 자주 걸으며 쓰다듬었습니다. 사실 늘보가 지하 주차장 생활을 하면서 제일 슬펐던 건 식당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 마법’을 도통 부릴 기회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라면 틀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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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강박증 : 망가진 청소기
그녀는 청결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참 멋 부릴 스무살 무렵 아토피가 온 몸을 덮쳤습니다. 진물이 흘러나와 바지가 척척 들러 붙기 일쑤였습니다. 고통을 참느라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바지를 떼어내는 게 일이었습니다. 엄지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내향성손발톱질환을 앓기도 했습니다. 자칫 엄지발가락이 뭔가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꽃처럼 붉은 피가 뭉실뭉실 피어올랐습니다. 마음의 병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함께 자랐던 오빠가 병약했던 탓에 상대적으로 그녀는 부모님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결국 늘보가 오고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멀쩡하던 청소기를 망가트렸습니다. 집안에 고양이 털이 날리자 아침 저녁으로 청소기를 돌리고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냈습니다. 매일같이 대청소를 하느라 몸무게가 2~3 kg나 줄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늘보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마법을 부렸습니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라든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을 기억해뒀다가 문 앞에서 맞았습니다. 간식이 든 싱크대 하부장 문을 열 줄 알았지만 그녀가 꺼내주도록 그 옆에서 ‘꺅’ 소리를 낼뿐이었습니다. 또 그녀가 말을 걸어오면 마음 속 대답을 여러 가지 소리로 있는 힘껏 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녀 곁을 맴돌고 언제나 맑고 순결한 보석 같은 두 눈으로 그녀를 담았습니다. 행복보다 불행에 더 익숙한 인간에게 고양이 마법은 곧바로 걸리지 않는다는 걸 늘보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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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마법 : 행복한 마음
인간들은 그렇습니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자주 느끼며 집착도 잘 합니다. 이건 어른이 되어 갈수록 심해집니다. 고무줄 하나, 공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을 자꾸만 잊어갑니다.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라는 분이 행복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남겨 소개합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행복이 어떤 사건이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복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별 관계가 없는 마음의 상태입니다. 행복이 복권에 당첨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갖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많이 봐 왔습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해주겠지만 그 기분은 금방 사라지고 곧 전과 같이 행복하거나 불행해할 것입니다.”
고양이 마법도 별 게 없습니다. 주차장에서의 늘보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즐기면 되는 것뿐입니다.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 고양이의 자유로운 영혼을 발견하고 닮아가는 것입니다.
늘보가 그녀에게 고양이 마법을 부린지 2년쯤 되어갑니다. 그 사이 그녀는 늘보 육아일지를 쓰고 늘보와의 1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가졌습니다. 휴대폰에는 온통 늘보 사진뿐이며 고양이 애호가들과 기분 좋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예민했던 성격이 부드러워져 매사가 즐거워졌습니다. 늘보를 만나지 못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매일 누리며 고양이 마법에 점점 빠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씩 회사문제라든지 집안문제로 어두워지는 그녀를 보면 늘보가 더 마법을 부려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고양이 마법에 완전히 걸리려면 시간 좀 필요하거든요. 그 누구도 말입니다. – cat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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